앞선 글에서는 주가지수가 만들어진 이유를 살펴봤다. 수많은 종목의 움직임을 일일이 확인하는 대신 여러 기업을 일정한 기준으로 묶어 하나의 숫자로 나타내면 시장의 전반적인 변화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로운 질문이 등장했다.
주가지수를 단순히 시장을 관찰하는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고, 아예 그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투자상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오늘날에는 인덱스펀드와 ETF라는 용어가 익숙하지만 처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방식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펀드 운용의 중요한 역할은 어떤 주식을 사고팔 것인지 전문적으로 판단해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이런 환경에서 시장을 구성하는 여러 주식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보유하고 특정 지수를 따라가겠다는 발상은 기존 방식과 상당히 달랐다.
인덱스펀드의 역사는 단순히 새로운 금융상품 하나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투자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방법과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양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펀드는 원래 무엇을 하는 상품일까?
인덱스펀드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펀드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사람이 각각 직접 다양한 증권을 관리하는 대신 자금을 모아 일정한 투자 목적에 따라 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자금을 정해진 운용 방식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펀드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전통적인 주식형 펀드에서는 운용 담당자가 여러 기업을 분석하고 어떤 주식을 어느 정도 보유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돼 왔다.
이를 일반적으로 **액티브 운용(active management)**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해당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반대로 전망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줄이는 식이다.
목표는 단순히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운용 전략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추구하는 데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겼다.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고 매매하는 방식이 언제나 시장 평균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인덱스 투자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주목받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시장을 계속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
20세기 금융 연구가 발전하면서 주식 가격과 시장 정보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1960~1970년대에는 효율적 시장에 관한 학술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와 관련해 널리 알려진 학자 가운데 한 명이 시카고대학교의 경제학자 유진 파마(Eugene Fama)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형태와 해석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시장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생각과 연결된다.
이 논의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아무 분석도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제 금융학에서는 시장 효율성의 정도와 이상현상, 행동재무학적 설명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연구와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당시 투자업계에 던진 질문은 상당히 중요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종목을 선택하더라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성과를 얻는 일이 어렵다면, 굳이 시장을 이기려고 하기보다 시장 자체를 따라가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에 펀드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중요한 문제였다.
기업을 분석하고 종목을 자주 사고팔고 전문적인 운용 조직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은 투자자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지수를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 추종한다면 상대적으로 운용 과정을 단순화할 여지가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인덱스 투자 발전의 토대가 됐다.
초기 인덱스펀드는 개인보다 기관에서 먼저 나타났다
인덱스펀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존 보글(John C. Bogle)의 이름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인덱스 방식의 투자상품이 보글 한 사람에 의해 갑자기 발명됐다고 이해하면 역사적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가지수를 추종하려는 초기 인덱스 운용 사례들이 등장했다. 웰스파고 등 금융기관에서 관련 시도가 이루어졌고, 이후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발전했다.
초기의 인덱스 운용은 주로 대규모 기관투자자와 관련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변화는 ‘어떤 주식을 고를 것인가’보다 **’정해진 지수의 구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따라갈 것인가’**라는 새로운 운용 목표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기존 액티브 운용에서는 운용자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인덱스 운용에서는 기준이 되는 지수가 먼저 존재한다. 펀드는 해당 지수와 비슷한 성과를 내도록 구성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운용의 목적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존 보글과 개인 투자자를 위한 인덱스펀드
인덱스펀드의 대중화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되는 사람이 뱅가드(Vanguard)의 창립자 존 보글이다.
1976년 뱅가드는 개인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인덱스 뮤추얼펀드를 출시했다. 당시에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구조였으며 훗날 Vanguard 500 Index Fund로 알려졌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국가와 산업,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인덱스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장 평균을 추종한다는 발상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기존 펀드의 중요한 역할을 좋은 종목을 찾아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시장 지수를 따라가겠다는 목표가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자금 모집 역시 기대만큼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낮은 비용과 단순한 운용 구조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고 인덱스펀드는 점차 투자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한때 낯설었던 아이디어가 이후 거대한 금융상품 시장으로 발전했다는 점이 인덱스펀드 역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인덱스펀드는 실제로 지수를 어떻게 따라갈까?
여기에서 현실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S&P 500처럼 수백 개 기업으로 이루어진 지수를 펀드는 어떻게 따라갈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을 지수의 구성 비중과 비슷하게 보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의 지수가 세 기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A기업 비중이 50%, B기업이 30%, C기업이 20%라면 이를 추종하는 펀드 역시 비슷한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인덱스펀드는 훨씬 복잡하다.
지수에 포함된 종목이 바뀔 수도 있고 기업의 주가가 움직이면서 각 종목의 비중도 변한다. 투자자가 펀드에 새롭게 돈을 넣거나 환매하면서 자금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인덱스펀드가 반드시 지수의 모든 종목을 정확히 동일한 비중으로 직접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과 지수의 특성에 따라 표본추출 등 다른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덱스펀드의 실제 성과와 기준지수의 성과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개념 중 하나가 **추적오차(tracking error)**다.
결국 인덱스펀드도 아무 관리 없이 자동으로 굴러가는 상품이라기보다 정해진 지수를 효율적으로 추종하기 위한 운용 과정이 필요한 상품이다.
액티브펀드와 인덱스펀드는 목표부터 다르다
액티브펀드와 인덱스펀드의 차이를 단순히 ‘좋은 상품과 나쁜 상품’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두 방식은 애초에 운용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액티브 운용에서는 분석과 종목 선택 등을 통해 기준이 되는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최대한 비슷하게 추종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따라서 펀드를 비교할 때도 단순히 최근 수익률 숫자 하나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하는지, 운용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지수를 얼마나 비슷하게 추종하는지, 어떤 자산을 보유하는지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
인덱스펀드라고 해서 손실 위험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추종하는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하면 이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의 가치 역시 하락할 수 있다.
‘지수를 추종한다’와 ‘원금이 보장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인덱스 투자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
인덱스펀드가 성장하면서 펀드업계의 경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투자자는 운용 성과뿐 아니라 비용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장기간 투자할수록 매년 발생하는 운용 비용의 차이가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어떤 종목을 골라낼 것인지가 투자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인덱스 투자에서는 어떤 시장을 기준으로 삼고 어느 지수를 추종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숨어 있다.
주가지수는 처음에는 시장 상황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런데 인덱스펀드가 등장하면서 지수는 금융상품이 무엇을 보유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용될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통계 숫자가 실제 자금의 움직임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덱스펀드와 ETF는 같은 것일까?
현재 인덱스 투자를 이야기하면 ETF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인덱스펀드와 ETF는 완전히 같은 개념이 아니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운용되는 펀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ETF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 구조를 가리킨다.
많은 ETF가 특정 지수를 추종하지만 모든 ETF를 단순한 전통적 지수 추종 상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ETF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래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뮤추얼펀드와 달리 ETF는 거래시간 동안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으며 시장가격도 계속 형성된다.
이 특징은 인덱스 투자 역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인덱스펀드의 ‘지수를 따라간다’는 아이디어와 주식의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한다’는 특징이 결합된 상품이 등장한 셈이다.
마무리
인덱스펀드의 역사는 투자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양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펀드 운용에서는 기업을 분석하고 종목을 선택해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접근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융 연구가 발전하고 투자 비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른 질문이 등장했다.
‘시장을 계속 앞서가려고 하기보다 시장을 나타내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을까?’
1970년대 기관투자자를 위한 초기 인덱스 운용이 나타났고, 1976년 뱅가드가 개인 투자자 대상의 인덱스 뮤추얼펀드를 선보이면서 이러한 방식은 점차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오늘날 인덱스 투자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만 보면 그다음 변화가 얼마나 컸는지 놓치기 쉽다.
인덱스펀드는 기본적으로 펀드였기 때문에 일반 주식과 거래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펀드 자체를 증권거래소에 올려 주식처럼 사고팔게 만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에서 **ETF(상장지수펀드)**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음 글에서는 초기 ETF가 등장한 배경부터 미국 최초의 ETF로 알려진 SPDR S&P 500 ETF Trust가 1993년 등장하기까지, 펀드와 증권거래소가 어떻게 결합했는지 살펴본다.
FAQ:
Q1. 인덱스펀드는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한 사람만을 인덱스 투자 전체의 최초 발명자로 단정하는 것은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초기 운용 사례들이 나타났다. 존 보글은 이후 뱅가드를 통해 개인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인덱스 뮤추얼펀드를 선보이면서 인덱스 투자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Q2. 인덱스펀드는 시장이 하락해도 안전한가요?
그렇지 않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는 기준이 되는 시장이 하락하면 펀드 가치 역시 하락할 수 있다. 지수를 추종한다는 특징은 원금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Q3. 인덱스펀드와 ETF는 동일한 상품인가요?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운용 방식과 관련된 개념이고, ETF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펀드라는 상품 구조와 관련된다. 많은 ETF가 지수를 추종하지만 ETF의 종류와 전략은 훨씬 다양해졌다.


